9장 얼룩말과 불행한 결혼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 법칙'
총균쇠 제레드 다이아몬드 김영사
p.258
-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비슷하지만, 가축화할 수 없는 동물은 제각각 그 이유가 다르다.
-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는 결혼 생활이 행복하려면 많은 면에서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했다.
-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인류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동물의 가축화를 요약해서 잘 설명해준다.
p.259
- 가축화된 대형 포유동물은 살코기와 유제품, 거름, 가죽과 털을 제공했고, 육상 운송과 군사용 공격, 쟁기를 끄는 데 쓰였다. 그리고
그때까지 한 번도 노출된적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병원균까지 우리에게 주었다.
책을 읽고
가축화된 동물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가축화되지 못한 동물들이 많다. 동물을 가축화하기 위해선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식습관이 까다롭거나,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인공 번식이 어렵거나, 성격이 포악하거나, 겁이 많아 쉽게 놀라는 성향을 가졌다면 가축화가 어렵다. 또한 무리 생활을 하지 않거나, 위계질서를 따르지 않는 동물도 사람과 함께 지내기 힘들다.
이처럼 가축화의 성공에는 공통된 조건이 있지만, 실패의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말, 즉 안나 카레니나 법칙과도 닮아 있다. 가축화된 동물은 공통된 기준을 만족하지만, 실패한 경우는 저마다 다른 이유를 갖는다.
소는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착한 가축이다. 왕방울만 한 큰 눈과 긴 속눈썹을 가진 소는 보기만 해도 착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한가한 시간에는 큰 눈을 껌벅이며 되새김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엄마는 소를 자식처럼 아끼며 정성껏 쇠죽을 끓여 먹였다. 시래기국처럼 구수한 냄새가 나는 쇠죽은, 내가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봄에는 연한 풀을 베어 먹이고, 여름까지 푸성귀로 살을 찌운 뒤, 가을과 겨울엔 다시 쇠죽을 끓였다. 엄마의 하루 중 적지 않은 시간이 소를 위한 일이었다. 그렇게 정성껏 키운 소는 잘 자라고 새끼도 잘 낳아 집안 재산을 늘려주었다.
동네에서 소가 죽는 사고라도 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고기 잔치를 벌이곤 했다. 소는 살아서는 재산이 되고, 죽어서는 먹을거리를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지금도 고향집에 가면 외양간 한쪽에 놓인 돌로 된 소 여물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소와 함께한 시절, 엄마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소의 맑은 눈망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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